최근 업체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터리-전기차 업계는 '캐즘' 여파로 인해서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캐즘'이 뭐길래 굴지의 기업들을 울상짓게 한 걸까요? 오늘은 '캐즘'의 뜻과, 전기차-배터리 업계의 캐즘 대응 상황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캐즘이란?
산업계에서 말하는 '캐즘'이란 기술 혁신이 초기 수용자에서 대중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큰 장벽이나 간극, 침체기를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제프리 무어(Geoffrey Moore)가 1991년 출간한 책 Crossing the Chasm에서 유래했습니다. 원래 '캐즘'은 지질학에서 깊은 협곡이나 단층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무어는 마치 지질학적 캐즘처럼, 신기술이 주류 시장에 진입하기 전에 반드시 이 '캐즘'을 넘어서야 성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캐즘'을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본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기술 제품이 초기 시장에서 주류 시장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시적 수요 둔화가 일어날 수는 있겠지만, 핵심은 '기술이 대중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에 있습니다.
전기차 캐즘 원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은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져왔습니다.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계가 타격을 입으면, 배터리 업계도 당연히 연쇄 타격을 받겠죠?) 전문가들은 전기차 캐즘 현상이 약 3~4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기차 업계 캐즘 원인은 몇가지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가격과 충전 이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첫째, 전기차는 여전히 내연기관차 대비 비쌉니다. 배터리 가격이 안정화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도 매년 줄어드는 추세죠. 최근 경기 둔화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것도 문제겠습니다.
둘째, 충전이 불편합니다.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상태입니다. 충전소 수는 적은데, 충전 시간이 연료 주입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에 불편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실용성에 의문을 품게 합니다.
셋째, 전기차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공포감이 있습니다. 화재에 취약하고, 오작동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나옵니다. 특히 최근 인천 청라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가 대중의 주목을 받았었죠. 이 사건 이후 '전기차 포비아'가 더욱 거세진 경향이 있습니다.
캐즘에 대응하는 자동차-배터리 업계
캐즘 때문일까요, 2분기 배터리 업계의 실적은 대부분 안좋았죠.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57.6% 감소했고 SK온도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삼성SDI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7.8% 줄었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포비아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의 현대차 그룹은 전기차 포비아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내년부터 자사 전용 전기차에 탑재한 배터리의 열화상태와 전압, 전류 등 7가지 주요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화재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올인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신 하이브리드차 보급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주우정 기아 CFO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 감소분을 메우며 기아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고 발언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수요 둔화를 이유로 배터리 사업을 중단하고, 독일의 전기차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벤츠는 새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중단했으며, 배터리 셀 생산량을 지속 감산할 계획입니다. 볼보는 전기차 대중화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을 인정하고,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배터리업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새로운 먹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인데요, LG엔솔이나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이 최근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ESS 전략을 발표하거나 관련 수요를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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